클래식 향수 스토리

CK One : 1994년 X 세대가 추구한 Sexy

MP0719 2025. 8. 28. 11:00

반항아가 된 향수 한 병

1994년 어느 날, 뉴욕의 한 광고 스튜디오에서 혁명이 시작됐습니다. 그것도 향수 한 병으로 말이죠.

CK One이라는 이름의 이 작은 투명한 병은, 당시 향수계의 모든 룰을 깨뜨리며 등장했습니다. "남성용도 여성용도 아닌 향수"라니, 도대체 누가 이런 미친 아이디어를 냈을까요?

그 뒤엔 두 명의 천재 조향사와 한 사진작가, 그리고 시대의 반항아들이 있었습니다.


Chapter 1: 두 조향사의 비밀 레시피

알베르토와 해리의 불가능한 도전

알베르토 모리야스(Alberto Morillas)와 해리 프리몬트(Harry Fremont). 스위스 향료회사 피르메니히(Firmenich)의 이 두 조향사에게 떨어진 미션은 말 그대로 **"불가능"**이었습니다.

"남자도 여자도 좋아할 수 있는 향을 만들어라. 하지만 성별을 모호하게 만들지는 말고, 1980년대 향수처럼 무겁지도 말며, 그렇다고 너무 밋밋하지도 않게."

이게 가능한 주문이었을까요?

20개 재료의 마법 같은 조화

놀랍게도 이들은 20가지가 넘는 향료를 사용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향수가 5-8가지 정도만 썼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복잡함이었죠. 하지만 결과는?

"레몬을 넣은 보드카 토닉" 같은 깔끔한 한 방울이 탄생했습니다.

🍋 CK One의 숨겨진 향료 레시피

상큼한 첫인상 (Top Notes)

  • 레몬, 베르가못, 만다린의 시트러스 트리오
  • 파인애플과 파파야의 트로피컬 서프라이즈
  • 카르다몸의 은은한 스파이시함

은밀한 중간층 (Heart Notes)

  • 은방울꽃의 순백한 꽃향기
  • 장미와 프리지아의 로맨틱한 듀엣
  • 바이올렛의 파우더리한 터치

마지막 여운 (Base Notes)

  • 머스크와 시더우드의 따뜻한 포옹
  • 녹차의 깔끔한 마무리
  • 샌들우드의 부드러운 잔향

이 복잡한 레시피의 비밀? **"모든 것을 넣어서 아무것도 튀지 않게 만들기"**였습니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내는 것처럼요.


Chapter 2: 1994년, 세상이 바뀌던 그 해

그런지와 미니멀리즘 사이에서

1994년은 특별한 해였습니다. 커트 코베인이 세상을 떠나고, 프렌즈가 시작되고, 인터넷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

X세대라고 불린 젊은이들은 1980년대의 화려함에 질려있었습니다. 어깨 패드, 스프레이로 고정한 헤어스타일, 진한 향수... 이 모든 것들이 "too much"였거든요.

"우리는 더 이상 '섹시'하고 '글래머러스'한 것에 속지 않겠어. 진짜 나다운 것을 원해."

바로 이때, CK One이 등장한 겁니다.

향수계의 반항아

당시 향수계는 샤넬 No.5의 고급스러움, 포이즌의 치명적 매력, 옵시디언의 남성적 카리스마가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CK One은 말했죠:

"향수는 꼭 섹시할 필요 없어. 꼭 비쌀 필요도 없고. 남자용, 여자용으로 나눌 필요도 없어."

이건 단순한 제품 출시가 아니라, 향수 산업에 대한 선전포고였습니다.


Chapter 3: 스티븐 마이젤의 혁명적 렌즈

흑백 사진 한 장이 바꾼 세상

스티븐 마이젤(Steven Meisel). 보그의 전속 사진작가였던 그가 CK One 광고를 맡았을 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 캠페인이 광고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쓸 줄은.

출처 https://www.dazeddigital.com/beauty/article/43918/1/ck-one-turns-25-calvin-klein-fragrance?utm_source=chatgpt.com

거리에서 찾은 진짜 얼굴들

케이트 모스나 스텔라 테넌트 같은 슈퍼모델들도 있었지만, 진짜 임팩트를 준 건 **"거리에서 캐스팅한 이방인들"**이었습니다.

  • 실제 연인 커플들
  • 성별을 알기 어려운 안드로지너스한 모델들
  • 기존 미의 기준에서 벗어난 "평범한" 사람들

이들이 한 프레임 안에서 서로 얽히고설킨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은... 혁명적이었습니다.

"A fragrance for a man or a woman"

그 유명한 카피 한 줄. 하지만 광고 속 내레이션은 더 도발적이었죠:

"섹시한 하나... 거친 하나... 남성적인 하나... 여성적인 하나... 모두를 위한 향수"

이 말들이 흑백 화면 위로 겹겹이 쌓이며, 당시 사람들의 가슴에 **"아, 나도 다르게 살아도 되는구나"**라는 메시지를 각인시켰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GE0HpNWAS4&embeds_referring_euri=https%3A%2F%2Fwww.dazeddigital.com%2F&embeds_referring_origin=https%3A%2F%2Fwww.dazeddigital.com&source_ve_path=Mjg2NjY

 


Chapter 4: 성공의 역설과 브랜드의 딜레마

반항아에서 직장인 필수템으로

아이러니하게도 CK One의 가장 큰 성공은 동시에 가장 큰 시련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향수"**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 정말로 모든 사람이 사용하기 시작한 거예요. 대학생부터 회사원, 주부까지.

결과? 한때 반항의 상징이었던 CK One은 **"가장 무난한 선택"**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치 청소년기의 반항아가 어른이 되어 평범한 직장인이 된 것처럼요.

📊 CK One의 진화 타임라인

시기 정체성 주요 전략 타겟층

1994년 🔥 반항아 젠더 파괴, 흑백 미학 X세대 반문화족
2000년대 💼 직장인 필수템 대중화, 접근성 일반 대중
2011년 🌐 디지털 네이티브 SNS 캠페인, 사용자 참여 밀레니얼 세대
2024년 ♻️ 지속가능한 클래식 친환경, 프리미엄화 Z세대 + 향수 애호가

Chapter 5: 2024년, 다시 태어난 전설

CK One Essence의 조용한 혁신

30년이 지난 2024년, 캘빈클라인은 CK One Essence를 선보이며 조용한 컴백을 시도했습니다.

이번엔 다른 전략이었어요:

  • "책임감 있게 공급된" 베르가못
  • "재활용된(Upcycled)" 머스크
  • 단순해진 향 피라미드
  • 여전히 흑백인 비주얼, 하지만 더 세련된

출처 https://www.fashiongonerogue.com/calvin-klein-ck-one-essence-fragrance-ad/?utm_source=chatgpt.com

뉴오더의 "Blue Monday"가 다시 울려 퍼지다

2024년 캠페인의 사운드트랙으로 선택된 뉴오더의 "Blue Monday". 1980년대 신스팝의 명곡이 2020년대 향수 광고에 쓰인다는 것.

이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과거의 혁신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메시지였거든요.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3&v=oNt5tGOnxls&embeds_referring_euri=https%3A%2F%2Fchatgpt.com%2F&source_ve_path=Mjg2NjY

 


한 병의 향수가 남긴 것들

우리가 몰랐던 CK One의 진짜 유산

CK One이 세상에 남긴 건 단순히 좋은 향기만이 아니었습니다.

🌈 젠더 포용성의 선구자

  • 주류 브랜드 중 최초로 "성별 구분 없는 제품" 컨셉 도입
  • 이후 수많은 유니섹스 향수들의 길잡이가 됨

📸 광고계의 게임 체인저

  • "완벽한 모델" 대신 "진짜 사람들"을 기용한 캠페인의 시초
  • 다양성과 포용성을 마케팅 언어로 만든 첫 사례

💡 브랜딩의 새로운 패러다임

  • 제품이 아닌 **"정체성"**을 파는 마케팅의 교과서
  • "나다움"을 추구하는 현대적 브랜딩의 출발점

향수를 넘어선 문화 현상

30년이 지난 지금도 CK One을 언급하면 사람들은 무언가를 떠올립니다.

어떤 사람에겐 첫 향수의 추억이고,
어떤 사람에겐 자유로웠던 90년대의 상징이며,
또 어떤 사람에겐 **"나도 다를 수 있다"**는 용기를 준 작은 병이죠.

결국 CK One의 진짜 성공은 향기 자체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어낸 데 있었습니다.


"한 병의 향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CK One이 우리에게 보여준 답은 **"Yes"**였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CK One을 처음 맡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을 겁니다.

The End... 또는 새로운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