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수의 세계에서 특정 이름들은 단순한 제품을 넘어선 예술 작품이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상징합니다. 1960년 탄생한 '마담 로샤스(Madame Rochas)'는 바로 그런 향수 중 하나로,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과 깊은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 이 블로그 포스팅에서는 '마담 로샤스' 향수의 탄생 비화부터 전설적인 조향사, 혁신적인 보틀 디자인, 그리고 숨겨진 마케팅 전략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모든 것을 심층적으로 파헤쳐 봅니다.
1. 탄생 비화: 조향사 가이 로버트와 시대를 앞선 비전
'마담 로샤스'의 심장부를 불어넣은 이는 전설적인 프랑스 조향사 **가이 로버트(Guy Robert)**입니다. 그라스(Grasse) 출신의 유서 깊은 조향사 가문에서 태어난 로버트는 단순한 향을 넘어선 예술적 비전을 추구했습니다. 그는 음악가이자 작가, 셰프이기도 한 다재다능한 인물로, 그의 작품 세계는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풍부해졌습니다. 로버트는 생전에 에르메스(Hermès)의 '칼레쉬(Calèche, 1961)', 크리스챤 디올(Christian Dior)의 '디오레센스(Dioressence, 1969)', 구찌(Gucci)의 '구찌 No.1(Gucci No.1, 1975)', 그리고 샤넬(Chanel)의 '뿌르 무슈(Pour Monsieur)'와 'No.19' 등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는 2012년 작고했습니다.
로버트는 '마담 로샤스'를 구상하며 당시의 상징적인 향수들로부터 영감을 얻었습니다. 특히 **랑방(Lanvin)의 '아르페쥬(Arpège, 1927)'**와 **샤넬(Chanel)의 'No.5(1921)'**와 같은 '알데히드 플로럴(Aldehydic Floral)' 계열의 걸작들을 염두에 두었죠. 그는 '아르페쥬'가 'No.5'의 우디하고 프루티한 해석이지만, 자신에게는 배경이 다소 가볍다고 느꼈습니다. 그는 좀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추구했으며, 카론(Caron)의 조향사 어니스트 달트로프(Ernest Daltroff)가 만든 **'뉘 드 노엘(Nuit de Noel, 1922)'**의 깊이감 있는 '무스 드 삭스(Mousse de Saxe)' 아코드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마담 로샤스'는 로버트가 추구했던 '조금 다른 것'을 완벽하게 구현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이 향수는 탑 노트에서 알데히드, 히아신스, 그린 노트, 네롤리, 허니서클, 베르가못, 오렌지 블라썸, 레몬으로 시작하여, 미들 노트에서는 아이리스, 나르시서스, 오리스 뿌리, 일랑일랑, 불가리안 로즈, 은방울꽃, 바이올렛, 자스민, 튜베로즈의 풍성한 꽃다발을 선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베이스 노트에서는 오크모스, 샌달우드, 베티버, 머스크, 시더, 앰버, 통카 빈이 어우러져 따뜻하고 관능적인 잔향을 남깁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구성은 당시 유행하던 알데히드 플로럴 향수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관능미를 더해, 로버트의 '좀 더 인간적인, 조금 더 따뜻한' 비전을 실현했습니다.
로버트의 작업은 파르퓸 로샤스(Parfums Rochas)의 설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알베르 고셋(Albert Gosset)**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고셋은 샹파뉴 고셋(Champagne Gosset) 가문의 후손으로, 로샤스 향수 사업의 중추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격려는 로버트가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구현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사실 교정: De Laire와 Symrise의 관계 원본 PDF에는 '현재 심라이즈에 합병된 드 라브(De Laire)의 가이 로버트가 제작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이 로버트는 로샤스를 위해 향수를 만들었으며, 드 라레(De Laire)는 그가 소속된 회사가 아니라 향수 원료 및 베이스를 생산하던 회사였습니다. 드 라레는 1957년에 파산했으며, 이후 플로라신스(Florasynth)에 의해 베이스 권리가 인수되었고, 플로라신스는 하르만 & 라이머(Haarmann & Reimer, H&R)에 인수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H&R이 드라고코(Dragoco)와 합병하여 2003년 심라이즈(Symrise)가 탄생했습니다. 즉, 심라이즈는 일련의 인수 합병을 통해 드 라레의 유산과 기술을 계승한 것이지, 직접적으로 '드 라레가 심라이즈에 합병된 것'은 아닙니다. 가이 로버트는 로샤스를 위해 독립적으로 작업한 조향사이며, 드 라레의 혁신적인 베이스들이 당대 많은 향수 제작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우아함의 정수: 피에르 디낭의 병 디자인과 헬렌 로샤스의 터치
'마담 로샤스'의 향기만큼이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피에르 디낭(Pierre Dinand)**이 디자인한 아름다운 향수병입니다. 디낭은 현대 향수병 디자인의 거장으로, 수많은 명작 향수병을 탄생시켰습니다.
숨겨진 사실: '자누셋' 병의 영감 디낭은 '마담 로샤스' 병을 디자인할 때, 로샤스 부인(Hélène Rochas)이 소장하고 있던 골동품 향수병 컬렉션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특히 8면의 작은 크리스털 향수병인 '자누셋(Janucet)'이라는 19세기 초 프랑스산 냄새 맡는 소금병을 발견하고 그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했습니다. 자누셋은 경첩 뚜껑과 작은 유리 마개가 있는 황금 어깨를 가지고 있었지만,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여 디낭은 이를 나사 뚜껑으로 변경하는 어려운 작업을 거쳤습니다. 알베르 고셋은 어떤 것도 복제품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디낭은 자누셋의 형태를 그대로 복제하기보다는 그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정신'을 '마담 로샤스' 병에 담아냈습니다.
사실 교정: 병 라벨의 서명과 디낭의 역할 원본 PDF에는 디낭이 '마담 로샤스'의 이름을 '그녀가 쓸 것처럼' 병 라벨에 새겼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에디션(1960년 오리지널) 향수병은 '마담 로샤스 부인 자신이 서명한(signed by Madam Rochas herself)' 형태였습니다. 이는 헬렌 로샤스 본인의 필체나 서명을 상징적으로 활용했음을 의미합니다. 피에르 디낭은 1960년 오리지널 병의 상징적인 디자인을 맡았지만, 1989년에 출시된 '마담 로샤스'의 두 번째 에디션 패키지를 디자인했습니다. 이 혼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디자이너의 역할과 제품의 에디션이 섞여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헬렌 로샤스의 리더십과 안목 로샤스 하우스의 창립자 마르셀 로샤스(Marcel Rochas)가 1955년 사망한 후, 그의 아내 **헬렌 로샤스(Hélène Rochas)**는 파르퓸 로샤스(Parfums Rochas S.A.)를 글로벌 럭셔리 향수 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녀는 '세련된 표범(sophisticated panther)'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시대를 앞선 안목과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그녀는 방대한 예술 컬렉션을 소유했으며(주로 아르데코 작품), 이는 '자누셋' 병 일화와 일맥상통합니다. '마담 로샤스' 병을 바꾸고 싶지 않았던 그녀의 초기 주저함은 브랜드의 정체성에 대한 그녀의 확고한 비전과 헌신을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결국 상업적인 필요성에 동의했지만, 그녀의 영향력은 디자인 과정 전반에 걸쳐 있었습니다.

3. 시대를 초월한 매력: 1960년대 향수 트렌드와 마담 로샤스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는 향수 산업에 있어 중요한 전환기였습니다. 향수는 더 이상 소수 특권층만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에게 더욱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에스티 로더(Estée Lauder)의 '유스 듀(Youth Dew, 1953)'와 같은 미국 향수들이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고, 유럽에서는 여전히 우아하고 세련된 프랑스 향수들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합성 화학 기술의 발전으로 조향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향료 팔레트가 확장되었습니다. 알데히드는 향수에 '샴페인처럼 터지는' 스파클링하고 비누 같으며 왁시한 독특한 효과를 부여하며, '마담 로샤스'와 같은 알데히드 플로럴 향수들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들은 고전적인 우아함과 함께 현대적인 감각을 동시에 표현했습니다.
마케팅 전략: 갈리에라 박물관 전시회 '마담 로샤스'의 마케팅에는 헬렌 로샤스 부인이 직접 기획한 특별한 전시회도 한몫했습니다. 그녀는 파리 **갈리에라 박물관(Musée Galliera)**에서 '어제와 오늘의 여성들(Femmes d'hier et d'aujourd'hui)'이라는 자선 전시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전시회는 향수의 새로운 프레젠테이션과 연관되어 향수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문화적 지위를 동시에 각인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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