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렬식 법의 악용 (5) : 묵비권 & 불출석
묵비권, 당신의 마지막 방패
"말하지 않을 권리" - 이것이 바로 묵비권의 진짜 모습입니다.
수사실에서, 법정에서, 당신을 압박하는 질문들 앞에서 입을 다물 수 있는 권리. 단순히 침묵하는 것이 아닙니다. 헌법이 당신에게 선사한 가장 강력한 방패입니다.
"나에게 불리한 말을 강요당하지 않겠다."
이 한 문장이 묵비권의 핵심입니다. 당신이 이 권리를 행사했다고 해서 죄인 취급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수사기관이 당신을 신문하기 전 반드시 알려줘야 할 당연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진짜 고수들은 묵비권을 단순한 침묵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질문을 듣고, 상대방이 무엇을 노리는지 파악하고, 어떤 증거를 쥐고 있는지 간파합니다. 침묵 속에서 전략을 짜는 것이죠. 특히 법의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예리한 무기가 됩니다.
불출석이라는 줄타기: 권리와 위험 사이
"나는 가지 않겠다."
불출석은 이렇게 단순명료합니다. 국회든, 검찰청이든, 법정이든 - 나오라고 해도 나가지 않는 것. 하지만 이 선택 뒤에는 칼날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수사기관도 바보가 아닙니다. 당신의 명예를 생각하고, 생업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일정 조정 요청에도 웬만하면 응해줍니다.
그런데 만약 정당한 이유도 없이 계속 나오지 않는다면?
첫 번째는 경고, 두 번째는 체포영장, 세 번째는 구속영장입니다. 게임의 룰이 확실합니다. 불출석은 단순한 회피가 아닙니다. 모든 것을 걸고 하는 베팅인 셈이죠.
재판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번 연속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을 박차고 나간다면, 당신 없이도 판결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불출석은 극도로 정교한 계산이 필요한 전략인 것입니다.
조서 날인 거부: 마지막 한 방
"이 종이에 도장 찍지 않겠습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이것이야말로 법정 고수들의 마지막 비장의 카드입니다.
피의자 신문조서 - 검찰이 당신을 조사하며 작성한 모든 기록. 재판에서 이 조서는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당신이 조서를 읽어보고 "틀린 게 없다"며 도장을 찍어야만 법적 효력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만약 도장을 찍지 않는다면? 그 조서는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질문과 상관없는 답을 하든, 아예 입을 다물든, 조서가 구멍투성이가 되든 상관없습니다. 마지막에 도장만 거부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검찰 실무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들만이 구사할 수 있는 고등 전술입니다.
윤석열의 선택: 검찰총장이 보여준 완벽한 교본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라는 타이틀. 이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윤석열 대통령의 법적 대응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공수처 조사실에서 윤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교과서 그 자체였습니다.
"검사나 판사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판단할 수 없다."
질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런 답변을 일관되게 반복하거나 아예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조서 날인까지 거부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묵비권 행사가 아닙니다. 검찰의 질문을 통해 수사의 방향을 읽어내고, 어떤 증거를 확보했는지 파악하며, 동시에 재판 전략을 세우는 일석삼조의 전술이었던 것입니다.
과거 조국, 한명숙, 이명박 전 대통령도 비슷한 방식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의 경우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검찰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그 시스템에 정면으로 맞서는 전대미문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렇게 평가합니다. "방어권 행사 자체는 문제없다. 하지만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사법제도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국민들의 사법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 측의 의도는 분명했습니다. 공수처 수사의 정당성 자체를 문제 삼으며, 법적 대응을 통해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입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진짜 교훈
묵비권, 불출석, 조서 날인 거부.
이 모든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고위 공직자가 이런 권리를 행사할 때, 그 파급력은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한 사람의 선택이 전체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이런 법적 기법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단순히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차원을 넘어서 그 행위의 동기와 결과, 그리고 사회적 책임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법은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시민의 기본 소양입니다.
고위 공직자의 법적 대응을 지켜보며,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이 권리 행사가 정말 정의와 공익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시민의 눈은 언제나 깨어있어야 합니다. 법적 권리의 행사가 진정한 정의 실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