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이 열어가는 고지혈증 치료
현대 의학의 가장 혁신적인 도구 중 하나인 CRISPR 기술이 고지혈증 치료에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Nature Medicine에 발표된 획기적인 연구는 단 한 번의 치료로 평생 동안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이 기술은 DNA를 직접 절단하지 않고도 유전자를 '잠재우는' 후성유전학적 편집을 통해,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을 보여주었습니다. 원숭이 실험에서 PCSK9 단백질을 약 90% 감소시키고 LDL 콜레스테롤을 약 70% 낮추는 놀라운 결과를 달성했으며, 이 효과가 최소 1년 이상 지속되었습니다.
CRISPR 기술의 진화: 절단에서 편집으로
전통적 CRISPR에서 베이스 편집으로의 발전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CRISPR 기술은 이제 더 이상 단순히 '자르는' 도구가 아닙니다. 초기 CRISPR-Cas9 시스템이 DNA를 절단하여 유전자를 수정했다면, 최신 베이스 편집 기술은 마치 연필로 쓴 글자를 지우개로 지우듯 정교하게 DNA의 한 글자만을 바꿀 수 있습니다. Verve Therapeutics의 VERVE-101과 VERVE-102가 바로 이런 베이스 편집 기술을 사용합니다.

베이스 편집의 가장 큰 장점은 DNA의 이중 나선을 끊지 않고도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존 방식보다 훨씬 안전하며, 원치 않는 부작용의 위험을 크게 줄여줍니다. 마치 정밀한 수술용 메스 대신 레이저를 사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후성유전학적 편집: 유전자를 '잠재우는' 새로운 방법
2025년 가장 주목받는 기술적 혁신은 후성유전학적 편집입니다. 이 방법은 DNA 서열 자체를 변경하지 않고도 유전자의 작동을 영구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마치 책의 내용을 바꾸지 않고도 책을 단단히 묶어 읽을 수 없게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연구진들은 DNMT3A, DNMT3L과 같은 DNA 메틸화 효소와 KRAB 전사 억제 도메인을 dCas9에 결합시켜 강력한 후성유전학적 편집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시스템은 PCSK9 유전자의 프로모터 부위에 메틸기를 추가하여 유전자를 영구적으로 잠재웁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효과를 되돌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TET1 효소를 사용한 후성유전학적 활성화제로 메틸기를 제거하면 잠들었던 유전자를 다시 깨울 수 있습니다.
고지혈증 치료의 새로운 타겟들
PCSK9: 콜레스테롤 대사의 핵심 조절자
PCSK9(Proprotein Convertase Subtilisin/Kexin Type 9)는 콜레스테롤 대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단백질입니다. 간에서 만들어진 PCSK9는 LDL 수용체와 결합하여 이를 분해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로 인해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게 됩니다.
자연적으로 PCSK9 기능을 잃는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매우 낮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이며 심혈관 질환 위험이 현저히 낮습니다. 이러한 발견이 PCSK9를 고지혈증 치료의 주요 타겟으로 만들었습니다.
ANGPTL3: 지질 대사의 새로운 조절자
CRISPR Therapeutics가 개발 중인 CTX310은 ANGPTL3(Angiopoietin-Like Protein 3)를 타겟으로 합니다. ANGPTL3는 리포단백질 분해효소(LPL)와 내피 지질분해효소를 억제하여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합니다.
CTX310의 임상시험에서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최고 용량에서 중성지방이 82%, LDL 콜레스테롤이 86%까지 감소했습니다. 이는 기존 약물치료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임상시험의 희망과 도전
VERVE-101의 시행착오와 학습
Verve Therapeutics의 첫 번째 임상 후보물질인 VERVE-101은 2024년 안전성 문제로 인해 시험이 중단되었습니다. 한 환자에서 혈소판 감소증과 간 효소 상승이 발생했는데, 이는 지질 나노입자(LNP) 전달 시스템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좌절은 더 나은 해결책으로 이어졌습니다. 연구진들은 문제의 원인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개선된 버전인 VERVE-102를 개발했습니다. 새로운 시스템은 GalNAc(N-acetylgalactosamine)를 포함한 다른 LNP 전달 시스템을 사용하여 간세포에 더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VERVE-102의 성공적인 결과
2025년 발표된 VERVE-102의 임상시험 결과는 매우 고무적입니다. 14명의 환자에서 단일 투여만으로 용량 의존적인 LDL 콜레스테롤 감소가 관찰되었으며, 최고 용량(0.6mg/kg)에서 평균 53%, 최대 69%의 LDL 감소 효과를 보였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치료 관련 심각한 부작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업들의 전략적 움직임
Eli Lilly의 과감한 투자
2025년 6월, 제약 대기업 Eli Lilly가 Verve Therapeutics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은 중요한 사건입니다. Lilly는 이미 2023년에 Verve와 파트너십을 맺고 2억 5천만 달러를 선불로 지급한 바 있습니다.
CRISPR Therapeutics의 다각화 전략
CRISPR Therapeutics는 CTX310(ANGPTL3 타겟) 외에도 CTX320(lipoprotein(a) 타겟), CTX340(고혈압 치료용) 등 다양한 심혈관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CTX310은 2025년 하반기에 완전한 1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바이오테크 IPO 붐과 투자 열기
2024년은 유전자 편집 관련 바이오테크 회사들의 IPO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특히 Metagenomi, Beam Therapeutics 등이 큰 관심을 받았으며, 이는 투자자들이 유전자 편집 기술의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래 전망: 한 번의 치료로 평생의 건강을
치료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
기존의 고지혈증 치료는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평생 관리의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이러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치료로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지속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이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혁명적인 변화가 될 것입니다.
개인 맞춤형 의료의 실현
각 환자의 유전적 특성에 맞는 정확한 타겟을 선택할 수 있는 CRISPR 기술은 개인 맞춤형 의료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어떤 환자는 PCSK9 타겟이, 다른 환자는 ANGPTL3 타겟이 더 적합할 수 있으며, 이러한 선택을 통해 최적의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비용 효율성과 접근성
초기 치료 비용은 높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평생에 걸친 약물 치료 비용보다 훨씬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치료 효과가 수십 년간 지속된다면, 전체 의료비 절감 효과는 상당할 것입니다.
도전과제와 해결 방안
안전성 확보
아무리 효과가 뛰어나더라도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VERVE-101의 사례에서 보듯이, 전달 시스템의 안전성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입니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이러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더 안전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장기적 효과 모니터링
유전자 편집의 장기적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없습니다. 후성유전학적 편집의 경우 이론적으로는 가역적이지만, 실제 임상에서의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합니다.
윤리적 고려사항
유전자 편집 기술은 강력하지만, 그만큼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합니다. 다행히 현재 개발 중인 치료법들은 모두 체세포 편집에 국한되어 있어 다음 세대로 유전되지 않습니다.
환자와 의료진에게 주는 희망
고지혈증으로 고생하는 수백만 명의 환자들에게 CRISPR 기술은 새로운 희망의 빛입니다.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부담, 약물 부작용에 대한 걱정, 치료 효과의 한계 등 기존 치료법의 여러 문제점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의료진에게도 이는 환자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줍니다.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장기간에 걸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며, 각 환자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결론: 새로운 시대의 서막
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한 고지혈증 치료는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4년 하반기 이후 발표된 연구 결과들은 이 기술이 실용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Nature Medicine에 발표된 후성유전학적 편집 기술과 VERVE-102, CTX310의 임상시험 성공은 고지혈증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앞으로 2-3년 내에 첫 번째 CRISPR 기반 고지혈증 치료제가 승인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심혈관 질환 예방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한 번의 치료로 평생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시대, 그 문턱에 우리가 서 있습니다.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1763404/
CRISPR-Cas9 in Cardiovascular Medicine: Unlocking New Potential for Treatment - PMC
Abstract Cardiovascular diseases (CVDs) remain a significant global health challenge, with many current treatments addressing symptoms rather than the genetic roots of these conditions. The advent of CRISPR-Cas9 technology has revolutionized genome editing
pmc.ncbi.nlm.nih.gov
https://innovativegenomics.org/news/crispr-clinical-trials-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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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SPR Clinical Trials: A 2024 Update - Innovative Genomics Institute (IGI)
innovativegenomic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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